이야기와 손잡은 사진
살아줘서 고마워
*참나리
2022. 12. 28. 00:15
시클라멘 꽃은 참 이쁜데 나는 성공적으로 잘 키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년초처럼 꽃 한차례 보고나서 버리는 꽃으로 알고 지냈습니다.
지난해에도 진분홍 시클라멘 화분 하나를 사서 키웠습니다.
일년밖에 못보고 죽이는 것이므로 제일 작은 화분, 제일 싼 것으로 샀지요.
봄이 되어 밖으로 내놓았는데 여름 동안엔 꽃을 피우지 않아 큰 화분들 틈에 그냥 끼워놓았습니다.
11월로 접어들어 첫추위가 지났을 때 밖의 화분을 정리하다보니 서리맞아 죽은 잎 속에 덜죽은 잎이 섞여있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집안으로 들여, 죽은 잎을 떼어내고 베란다에 놓았더니 무수히 많은 꽃망울들이 콩나물처럼 꼬부리고 있었습니다.
요즘엔 황량한 베란다에서 쉴새없이 꽃을 피워올려 효자노릇 단단히 하고 있지요.
얼어 죽을뻔 한 것 살려준 은혜를 갚고 있는 것 같아 참 고맙습니다.
돌아오는 봄엔 시클라멘에게 효자상으로 크고 이쁜 집 하나 마련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