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와 손잡은 사진
장하고 기특하여라
*참나리
2022. 1. 21. 12:09
4일전 화원에 들러 꽃을 사갖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다 시든 꽃 한가지를 주셨습니다.
죽어가는 화분도 가끔 주시면서 꽃을 잘 살리는 분이니까 준다하시더니 요번엔 다 시든 꽃 한줄기를 주시는 거예요.
정가운데 줄기에 붙은 꽃부터도 고개를 숙였는데 맨 아랫줄기의 꽃들은 흐물흐물하여 가지를 거꾸로 들어 받아왔지요.
집에 와서 보니 완전히 널브러져서 도저히 꽃병에 꽂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도 중간줄기는 물깊은 꽃병에 목까지 잠기게 꽂고 맨 아랫가지 회생불가능으로 보이는 저 가지를 바짝 잘라서 깊은 접시에 물을 담고 담아놓았습니다.
이틀이 지나도 삶은 것처럼 있기에 정말로 죽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꽃잎이 조금 고개를 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혹시나 싶어 차가운 물로 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에 보니 구겨져 널브러진 꽃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거예요.
잎도 빳빳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얼마나 고생을 하였으면 꽃 가장자리가 까맣게 탔습니다.
나는 이 장한 꽃을 보며 루게릭병으로 고생하는 친구를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에게도 이 꽃에게 내린 기적이 옮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