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이 조금 비집어 준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처음엔 그냥 해님 얼굴만 살짝 볼 수 있도록 고개를 내밀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자라다보니 욕심이 조금 생기더라구요.
인자하신 주인님이 못본척 하시기에 야금야금 키를 더 올렸습니다.
꽃망울 달고 보니 하늘에 닿을 듯 키가 커졌습니다.
나를 더 높이기 위해 주인님은 키를 더 낮추시어 땅쪽으로 얼굴을 내리셨습니다.
이런 착한 주인님인데 땅속 양분까지 더 많이 빼앗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살은 찌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꽃을 피우면 되었지 살까지 포동포동 찐다면
아무리 착하신 주인님이라 하실지라도
방빼라하실지 모르잖아요.
이 어려운 시기에
저같은 더부살이 인생을 이토록 봐주셨으니
하느님!
가재발이 주인님께 복 듬뿍 내리시어
아들딸 송이송이 주렁주렁 달게 해 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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