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2 우리 집에도 드디어 살구꽃이 피었습니다 해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 길손을 즐겁게 하던 벚나무 네 그루가 하나하나 죽어가더니 남은 두 그루도 죽었는지 꽃망울이 보이지 않습니다.그 옆 살구나무는 화사하게 꽃을 피웠는데 벚나무는 검은색으로 침묵하고 있네요.활짝 핀 살구꽃 앞에서 나는 활짝 웃지 못했습니다.바로 그 옆에서 꽃망울 하나 달지 못한 벚나무들이 주욱 서서 바라보고 있는데어찌 화사한 살구꽃 앞에서 나도 따라 활짝 웃을 수 있겠는가요?나의 기쁨이 남에겐 슬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래 전에 겪은 적 있었거든요. 오래 전 - 나의 딸은 재수를 하게 생겼는데, 바로 옆의 동료가 아들이 홍대 갔다며 자축 잔치를 벌였더랬습니다.그 잔칫상에서 떡 한조각 목에 넘긴 것 밖에 없는데 밤새도록 고생을 하였습니다.그 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의 기쁨이 때로.. 2025. 4. 13. 고개 숙여 피는 꽃 세상에는 온갖 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모양도 각각, 색깔도 각각, 크기도 각각, 꽃들도 사람처럼 하나하나가 모두 다릅니다.그 수많은 꽃들 중 고개 숙인 꽃들을 나는 유심히 바라봅니다.할미꽃, 초롱꽃, 은방울꽃, 나리꽃 등등 그 꽃들을 보면 다소곳해 보이기도 하고 겸손해 보이기도 합니다.나는 그 꽃들에게서 겸손을 배웁니다.그 꽃들 앞에 서면, 고개 바짝 들고 잘난척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우리 집에서 기르는 게발 선인장도 늘 고개 숙여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그정도 아름다움이면 고개 바짝들고 자랑해도 좋으련만 늘 다소곳이 고개 숙여 피어납니다.요즘은 자기 피알시대라 하여 SNS상에서도 앞다투어 자기 자랑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나는 혹여나 나도 모르게 자랑질에 들떠있을까 몰라 고.. 2025. 3. 4.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꽃들 참 이쁜 꽃인데 쳐다만 보아도 눈물이 나는 꽃이 있습니다.개나리꽃 흐드러지게 핀 사월 초에 나를 여섯살까지 업어 길렀던 예순 두살 큰언니가 병원에 입원한 지 두 달만에 이 세상 소풍을 마쳤습니다.그 이후 해마다 노란 개나리꽃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납니다. 머리꼭지에 땡볕이 뜨겁게 느껴지는 유월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망초꽃이 무리지어 핍니다.큰언니가 소풍 마친지 두 달만에 나를 고등학교 3년 공부시켜 주었던 쉰 여덟의 셋째언니가 병원 입원 두 주만에 큰언니를 따라갔습니다.셋째언니의 붉은색 봉분이 솟은 앞에는 새하얀 망초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랬지요.무서움증 많은 셋째언니를 지켜줄 것 같아 그 망초꽃을 보며 위로를 받았습니다.그 이후로 어디에서나 망초꽃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납니다. 이른 봄 내 작은 정원에.. 2025. 2. 20. 가을의 마지막 꽃들 이틀전부터 서리가 내렸습니다.절구통 안의 물이 얼어 부레옥잠이 얼어죽었습니다.아래 사진들은 서리가 내리기 바로 하루전에 찍은 사진입니다.지금은 서리를 맞아 모두 죽었습니다.꽃이 죽은 꽃밭은 겨울이 된 것 같습니다.꽃의 색깔은 아직 남아있으나 잎은 모두 삶아놓은 것 같이 검습니다.하루 아침에 서리한방이면 끝나는 꽃들의 생을 보며나도 마지막을 저리 하루아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하루 아침에 저리 가도 후회하지 않도록 이 세상 삶의 정리를 깨끗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사람에게 배우지 않은 것들을 꽃들에게서 배움니다, 나는. 2024. 11. 9. 이전 1 2 3 4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