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 길손을 즐겁게 하던 벚나무 네 그루가 하나하나 죽어가더니
남은 두 그루도 죽었는지 꽃망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옆 살구나무는 화사하게 꽃을 피웠는데 벚나무는 검은색으로 침묵하고 있네요.
활짝 핀 살구꽃 앞에서 나는 활짝 웃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 옆에서 꽃망울 하나 달지 못한 벚나무들이 주욱 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어찌 화사한 살구꽃 앞에서 나도 따라 활짝 웃을 수 있겠는가요?
나의 기쁨이 남에겐 슬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래 전에 겪은 적 있었거든요.
오래 전 - 나의 딸은 재수를 하게 생겼는데, 바로 옆의 동료가 아들이 홍대 갔다며 자축 잔치를 벌였더랬습니다.
그 잔칫상에서 떡 한조각 목에 넘긴 것 밖에 없는데 밤새도록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 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의 기쁨이 때로는 남의 슬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일 이후로 자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내 입으로 자식 자랑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와 손잡은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개 숙여 피는 꽃 (0) | 2025.03.04 |
---|---|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꽃들 (0) | 2025.02.20 |
가을의 마지막 꽃들 (4) | 2024.11.09 |
용담의 계절 (2) | 2024.10.27 |
나 참 곱게 늙었지요? (2) | 2024.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