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 여름, 덕적도 모래밭 길을 거닐다가 해당화가 무리지어 자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꽃이 하두 이뻐 보이기에 모래밭을 나무개비로 파서 손가락 길이만한 크기의 연한 순을 땄습니다.
붉은 것 한 개, 하얀 것 하나, 두 개의 순을 가재손수건에 물 적시어 싸가지고 비닐봉투에 넣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대로 포트에 상토흙을 넣고 해당화 순을 심었습니다.
처음엔 시드는 것 같아서 걱정했더니만 정성 다해서 물을 주고 보살펴 길렀더니 두 개가 다 뿌리가 났습니다.
이듬해에 둘을 같은 자리에 내어 심었습니다.
모래밭에서만 크는 것인 줄 알았더니 그냥 땅에서도 어쩜 그리 잘 자라는지요!
해마다 가지치기를 해주어도 정신없이 이리저리 번지며 자랍니다.
여러 집으로 분양도 갔지요.
해당화를 보면 생각나는 아이가 있어 이런 동시도 한 편 썼습니다.
<해당화>
친구들이 놀려도
가만히 있던
친구들이 때려도
가만히 있던
진주를 닮았다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