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저장고 가는 길에 아주 작은 초록이들이 내 눈을 잡아당깁니다.
모든 것이 얼어서 죽었는데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에도 날보란듯 초록빛으로 당당히 살아있는 풀들입니다.
남의 털까지 몸에 붙이고 있으면서도 춥다고 옹송그리던 몸이 그 풀을 보면 갑자기 더욱 작아집니다.
풀만도 못한 인간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하며 추위를 떨쳐내려 애씁니다.
저 돌길은 남편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여 집안 정원 통틀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랍니다.
'선물'이란 이름 붙여 내밀 줄 모르는 남자가 언덕길에서 잘 넘어지는 아내를 위해 시냇가에서 돌을 주워와 만든 길입니다.
때때로 남편 뒤통수에 눈흘기고 싶은 날 저는 저 돌길을 덧없이 걷습니다.
너무 짧아서 몇 번을 오가야 걸은 느낌이 드는 아주 작은 길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준 사람인데 눈흘기면 안 되지.'
저 돌길을 올라가 오른쪽으로 돌면 저온저장고가 있습니다. 음식재료 및 완성된 김치, 쌀, 등등 식재료가 가득한 저장고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내리는 저 언덕길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남편 뒤통수에 무수히 많은 화살이 꽂혔을 것 같습니다.
남들 보기엔 하찮은 돌길입니다만 제게는 참 아름답고 멋지고 고마운 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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