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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손잡은 사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꽃들

by *참나리 2025. 2. 20.

 

 

 

참 이쁜 꽃인데 쳐다만 보아도 눈물이 나는 꽃이 있습니다.

개나리꽃 흐드러지게 핀 사월 초에 나를 여섯살까지 업어 길렀던 예순 두살 큰언니가

병원에 입원한 지 두 달만에 이 세상 소풍을 마쳤습니다.

그 이후 해마다 노란 개나리꽃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납니다.

 

머리꼭지에 땡볕이 뜨겁게 느껴지는 유월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망초꽃이 무리지어 핍니다.

큰언니가 소풍 마친지 두 달만에 나를 고등학교 3년 공부시켜 주었던

쉰 여덟의 셋째언니가 병원 입원 두 주만에 큰언니를 따라갔습니다.

셋째언니의 붉은색 봉분이 솟은 앞에는 새하얀 망초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랬지요.

무서움증 많은 셋째언니를 지켜줄 것 같아 그 망초꽃을 보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어디에서나 망초꽃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납니다.

 

이른 봄 내 작은 정원에는 노란 민들레꽃 속에 더러 피어나는 하얀 민들레꽃이 있습니다.

그 하얀 민들레꽃을 보아도 나는 눈물이 납니다.

고라니가 불쑥 나타나 앞을 가로지르는 깊은 산중에서라도

저만큼 앞서가는 그 뒷모습만 보아도 무섭지 않을 것 같은 이가

늘 하얀민들레꽃 속에서 피어오르기 때문입니다.

 

보기만 하여도 눈물이 나는 꽃 - 당신 가슴 속에도 그런 꽃 한 송이가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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