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많은 날 중에 만우절날 첫딸을 낳았습니다.
친정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만우절날 아침 배가 슬슬 아픈 거예요.
식구들이 하나 둘 나가고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올케언니한테
"언니, 배가 좀 아파요." 그랬더니 올케언니가
"애기씨, 오늘 만우절인 거 나 알아요."
하면서 대문을 나서는 거예요. 너무 놀란 나는 아주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언니가 다시 뛰어 들어와 응급차 불러 병원에 갔지요.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인가 생일에 친구들 열 명이 온다하여 생일상을 차려놓고 기다렸는데
열 명 커녕 한 명도 오지않는 거예요. 만우절이라고 아이들이 모두 안왔답니다.
하는 수 없이 아파트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불러 올려 동네 잔치를 했습니다.
그 때에 난 딸이 어느새 마흔 여덟살이 되었습니다.
나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 한 번도 딸 생일을 내손으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일하는 할머니를 두어 늘 할머니가 챙겨주었지요.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려 퇴직하면서부터 딸 생일이 되면 꼭두새벽에 일어나
딸이 좋아하는 전을 한쟁반 부쳐 들고 가서 딸과 아침밥을 먹습니다.
오늘도 그리하고 왔지요. 금일봉 속에는 딸이 엄청 감동할 쪽지 하나 넣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딸이 내게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매년 만우절이 되면 딸을 감동시킬 문구를 연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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